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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생각나눔

10.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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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사람들은 하루 세끼 밥을 먹습니다. 물론 식사는 모든 살아숨쉬는 동식물들도 다 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식사가 다른 것은 단지 끼니를 때우는 것을 넘어 참 나를 아는 진지(眞知)를 들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도 식사라는 말 대신 진지라는 말을 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동안 우리는 진지를 대할 때 배를 빨리 빨리 채우는 그야말로 식사를 해 왔습니다. 허겁지겁 단 시간에 먹어 치우기에 바빴습니다. 나이나 몸 상태, 그리고 개인습관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식사시간은 빠르기로 유명합니다. 가난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가난을 면하고 비만을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나도 급하고 게걸스러운 식사의 모습은 그치질 않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더 빨리, 더 많이’만을 추구하는 우리의 삶을 반영하듯, 무엇을 먹고 있는지, 무슨 맛인지 느낄 겨를도 없이 그저 삼키기에 바쁩니다. 밥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있어온 온갖 생명에 대한 공경심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할 일입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요즘 많은 사람들이 위궤양이나 위염같은 위장질환을 앓습니다. 음식의 맛을 느낄 겨를도 없이 씹지 않고 급하게 먹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 많은 아이들이 충치나 턱이 뾰족해져서 덧니가 생기는 부정교합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씹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더구나 이러한 식습관은 밥상에 올리는 것마저도 빨리 먹을 수 있도록 부드럽게 가공한 음식만을 찾게 합니다. 사실 흰쌀에 흰밀가루 등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은 천천히 먹고 꼭꼭 씹어 삼킬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본래 쌀의 영양은 현미 씨눈에 66%, 현미껍질에 29%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흰쌀밥은 이러한 씨눈과 껍질이 완전히 제거된 전분질 부분입니다. 씹을 거리가 있는 음식을 주면서 씹으라고 얘기해야 되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것들만 주면서 ‘천천히 먹어라, 꼭꼭 씹어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밥을 먹을 땐 맨먼저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을 바라보아 봅시다. 바라보면서 “제대로 씹을 수 있는 음식들인가”, “올라온 음식의 냄새, 색깔, 모양, 소리, 맛 그리고 어울림을 어떤가” 느껴봅시다. 

그리고나서 이렇게 기도해보면 좋겠습니다. “한방울의 물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땀이 담겨 있습니다. 살아있는 밥으로 오셔서 우리를 살리신 주님을 본받아 우리도 이 밥 먹고 밥이 되어 이웃을 살리는 삶을 살겠습니다. 아멘.” 그리고 밥을 먹을 땐 입 안에서 적어도 30번 이상 씹어 봅시다. 꼭꼭 씹으며 “이 먹을거리가 어디서 왔을까.”, “내 입으로 들어간 먹거리들이 결국은 어디로 갈까.”, “나는 이 음식을 먹을 만하게 정성껏 살았는가.”, “나도 이 밥과 살아있는 밥으로 오신 주님처럼 이웃을 살리는 삶을 살아야지.” 하며 천천히 그리고 공손히 먹읍시다. 

그러면 우리의 생명과 삶이 하나님으로부터 비롯함을 깨닫고 그 분 앞에서 겸허해지는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어 우리의 삶이 더욱 온전해질 것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