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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생각나눔

한국교회의 '창조보전과 에너지전환' 이야기


2014. 12. 03 불교 생태 컨텐츠 연구소 기고
 
한국교회의 “창조보전과 에너지전환” 이야기
 
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우리는 지금 에너지 과소비가 부른 ‘기후 붕괴’와 ‘방사능 재앙’이라는 아주 불편한 진실 앞에서 창조세계의 미래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성서에 보면, 미래를 생각하며 달리 살았던 두 사람이 나옵니다. 한 사람은 요셉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야곱입니다. 요셉은 미래를 예견하고 재앙을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가 있어 이집트 경제는 유지될 수 있었고, 백성 대부분이 굶어죽을 뻔했던 재난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야곱은 아버지를 속이면서까지, 한치 앞만 보고 사는 형이 받을 복을 가로챘습니다. 그의 삶을, 다음이야 어찌되든 당장의 풍요와 편리를 좇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듯합니다. 물론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도 미래의 희망을 위해 할 바를 찾아 몸부림칠 지도 모를 일이지요. 
 
다행히 아직 큰 무리는 아니지만, 요셉처럼 야곱처럼 창조세계의 미래를 내다보며 하나님이 만드신 빛(태양)의 범위 안에서 만족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습니다. 양적인 성장에만 연연하지 않고, 생명의 행복감을 높이는 일에 열심인 녹색교회들도 있습니다. 건물을 키우거나 주차장을 넓히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자연과 이웃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핍니다. 신음하는 생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민감하며, 그들을 위한 일이라면 주님께서 자신을 내주셨듯이 기쁨으로 헌신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최근 새로이 걷는 길이 있는데,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그리고 ‘재생에너지 생산’을 포괄하는 ‘에너지전환’의 길입니다. 이 일은 가장 먼저 햇빛에너지를 생산하는 일로 시작되었습니다. 부천의 지평교회와 서울의 청파교회는 자체 예산으로 옥상에 3kW의 햇빛발전기를 설치하여 국가 기준가의 7배나 높은 가격으로 생산한 전기를 팔아 햇빛기금을 마련, 마을을 위한 선교비로 써오고 있습니다. 서울의 광동교회는 신재생에너지센터로부터 설치비의 일부를 지원받아, 지역아동센터가 있는 교육관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 낮에 생산된 전기를 자체에서 사용하다가 남으면 전력회사에 소매가로 판매하고 밤에는 다시 전력회사에서 구입해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향린교회는 교우들이 합심하여 도농직거래를 하고 있던 들녘교회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올렸고, 청주 강서교회는 100KW급을 설치, 생산되는 전기의 연간 판매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전기소비자에만 그치지 않고 생산자가 되어, 빛으로 오신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게 하는, ‘한신대(50kW)’ 햇빛발전협동조합과 ‘예장총회(30kW 예정)’ 햇빛발전협동조합(준)이 세워졌습니다. 
 
앞서 이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기도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누구든 맘만 먹으면 이 길을 걸을 수 있게 제도와 정책이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교회들마다 지붕과 옥상에 햇빛발전소가 세워질 것이요, 마당에는 소형 풍력발전기가 돌아갈 것입니다. 더불어 벽면의 단열성도 높이고, 창틀도 고밀도 단열 창으로 바꾸어 건물의 에너지 효율도 높일 것입니다. 조명은 LED와 같은 고효율전구로 교체할 것이요, 농촌에 있는 교회라면 땅으로 가야 할 똥, 오줌, 그리고 폐식용유와 음식찌꺼기를 모아 바이오연료와 거름도 만들어 쓸 것입니다.  
 
머잖은 시간에 그 날이 오기를 기도하면서, 몇 해 전부터는 자신들이 허락받은 것 이상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탐욕’에 눈멀어 지내온 삶을 회개하고,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여, 필요만큼 즉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게’ 지내기를 즐기고, ‘낮의 해’와 ‘밤의 달과 별’과 친하게 지내 창조에 순응하는 삶을 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체계적으로 돕는 차원에서 ‘교회 절전소’를 지어 신나게 운영한 곳도 생겼습니다. 절전소란 쓰지 않거나 형광등을 LED로 바꿈으로써 생기는 남은 전력, 곧 ‘절전=발전’을 이루어내는 것을 말하는데, 구로동교회와 수원성교회가 좋은 모델을 세웠습니다. 
 
두 교회들이 절전소를 운영하기에 앞서 먼저 한 일은 에너지 교육입니다. 교육은 자신의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전기가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지 알게 하여줄 뿐 아니라 풍요와 편리만을 좇아온 에너지 탐욕도 성찰하게 돕습니다. 
둘째로는 교회의 전력 소비량을 점검하고 그것이 소비되고 있는 부분을 진단, 낭비되고 있는 곳을 찾아 절약하거나 효율을 높입니다. 
셋째로는 진단내용을 토대로 절약할 수 있는 최대 전기량을 교우들과 의논하여 목표를 정합니다. 교우 가정도 참여케 하여 그 절약한 양을 합산, ‘교회 절전소’ 선포식을 엽니다. 절감량은 최소 10%로 하되, 도시에 있는 교회는 서울과 수도권이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45% 정도를 소비하고 있음을 고려합니다. 이미 절약 습관이 밴 교회나 가정은 10%를 줄인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으나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적정한 소비 규모를 찾기 위해 힘씁니다. 
넷째는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정하는 것입니다. 고려하는 주요 실천사항은 이러 합니다. 1) ‘실내적정온도(26~28도)의 유지’입니다. 이 실천을 위해서는 교우들과 함께 “실내온도 1도를 낮추면 전력소모가 7% 늘어난다는 사실과, 전국에 있는 에어컨의 온도를 1도만 올려도 84만kw의 전력이 절약돼 원전 1기를 줄일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공유합니다. 적정 냉방온도를 지키면서 피크시간 대에 에어컨을 끄거나 설정온도를 2도 올려 전력 피크를 막기도 합니다. 2) ‘조명에너지의 절약’입니다. 이의 실천을 위해서는 일정 조도 이상에서는 불을 켜지 않거나 아예 구석진 자리에 있는 전구를 빼고 지냅니다. 특별히 교회 십자가의 조명은 LED로 바꾸고 타이머를 통해 해 없는 시간에만 켜지도록 조절합니다. 3) ‘대기전력의 차단’입니다. 이의 실천은 “전국적으로 플러그를 뽑지 않아 대기 전력으로 낭비되는 전기량이 약 10%여서 이 역시 잘 차단하면 원전 1기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공유함으로 시작됩니다. 멀티탭 사용을 적극 권장하되, 잘 보이는 자리에 두어 스위치를 끄고 켜는 것이 쉽도록 합니다(에어컨은 물론, 전기압력밥솥, 정수기, 셋톱박스의 대기전력 차단 필수).

이 같은 실천에 따른 결과는 월별로 종합하여 교회 주보에 올리는데, 우선은 한 달에 한 번 구역(속회)모임을 통해 서로 간에 실천의 내용들을 나눌 뿐 아니라 절감량을 합산하여 ‘구역(속회) 절전소’로 짓습니다. 구역절전소의 절약량은 교회 게시판에 올리어 서로 간의 격려하기도 합니다. 그리고나서는 교회 건물에서의 절감량과 합산, ‘교회 절전소’로 종합해 냅니다(때로 지역교회연합이나 노회적인 차원으로 확대할 수도 있음. 예 : 노회 절전소 등). 이 때 교인들과 관심을 둘 부분은 ‘집이나 교회에서 1kW를 쓰기 위해서는 발전소에서 약 3kW의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곧 ‘1kW의 절약이 3kW의 생산과 맞먹는다’는 말입니다. 결국 ‘교회 절전소’의 총량은 ‘(교회 절전량 × 3) + (교인 가정의 총 절전량 × 3)’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할 경우 자신의 실천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 더욱 신나게 실천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에너지 전환’의 길을, 이 땅 모든 교회들이 걸어감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해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돌봐야할’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자유한 가운데 평안을 누리게 되길 기도합니다. 때로 ‘에너지에 대한 욕심’이 생길 때는, 오히려 조금 더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를 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닌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므로’(마6:31~33),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력발전과 방사능을 내뿜는 원전에 기대었던 삶을 주께 온전히 돌이킬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지극히 작은 생명 하나일지라도 주께 받은 바 그 생명을 풍성히 누릴 수 있는 그 날이 속히 오길 꿈을 꿉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