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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읽을거리

독일의 탈핵과 대안 에너지 사례(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독일의 탈핵과 대안 에너지 사례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가까이 있는 우리보다도 멀리 떨어진 세계가 오히려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독일은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고 한국 여행도 불필요한 것은 삼가되 가야 할 일이 있다면 개인의 결정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 체르노빌과 독일의 거리가 후쿠시마와 우리나라의 거리와 비슷한데 독일에서 그때 많은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기들도 되도록이면 일본 상공을 우회해서 다닌다. 캐나다와 호주의 주일본 대사관은 현재 비자발급업무를 중단한 상태이다. 일본 사람들이 이들 나라에 가고자 할 때에는 필리핀이나 우리나라에 와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가 아니고서는 그 이유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독일은 이 사고가 촉발제가 되어 2022년까지 22기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을 내려 버렸다. 일본은 세계에서도 가장 정확하고 준비성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 사고가 났다고 하면 세상 어디에서도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은 신발 벗어놓은 것만 봐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나가기 좋도록 가지런하게 정리해 놓으면 일본 사람이고 벗기 좋은 데로 벗어놓은 것은 한국 사람이다. 그래서 독일은 독일을 대표한다고 할만한 17인의 각계 인사들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만들고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하게 하였다. UNEP 사무총장 Klaus Töpfer와 독일 연구원 원장 Matthias Kleiner가 공동 위원장이었고 현직 장관 3명이 세 개 분과(재생 에너지, 그리드와 저장, 에너지 효율)의 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이들은 찬반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 들은 후에 토의를 거쳐 폐쇄하는 것이 옳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나오면 항상 그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는데 이는 올바른 발상이 아니다. 전문가들한테 물으면 자기 밥그릇을 먼저 챙긴다. 수자원전문가들은 댐을 더 세우라고 하고, 교통전문가들은 도로와 공항을 더 만들어라 하고, 농공학자들은 간척을 더 하라고 한다. 원자력 전문가들한테 물으면 당연히 원전을 더 세우라고 한다. 그러나 그 답들은 일반적인 상식과 윤리에 어긋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독일은 이 문제를 윤리적으로 접근하여 다양한 분야의 사회 지도자들이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다 듣고 판단하도록 하였다. 이 위원회의 건의는 연방의회의 표결에서 83% 라는 압도적인 찬성을 얻어 통과 되었다.

그래서 원자력 발전소 총 17기 중에서 오래된 8기는 당장 가동을 중단시켰고 나머지 9기는 2021년까지 폐쇄하되 그 중 3기는 늦어도 2022년까지는 완전 폐쇄하기로 졀정 하였다. 새로 세운 에너지 개념은 2050년까지 에너지 사용을 2008년도 수준의 50%로 줄이고, 온실가스는 8095% 줄이며, 전력에서 재생 에너지 비중을 80%로 올린다는 것이다. ,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절약을 가장 큰 에너지 대안으로 본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의문들은 10년 안에 모든 원전을 폐쇄해서 과연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느냐 그리고 경제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독일은 원전 없이도 충분히 전력의 자급이 가능하다고 확신하였고 오히려 에너지 효율 기술과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화석연료와 원전은 쓰면 쓸수록 단가가 올라가는데 재생 에너지는 쓰면 쓸수록 단가가 내려가 머지않아 재생 에너지가 더 싼 시대가 온다고 내다보았다.

독일은 건물의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을 우리나라의 가장 에너지 효율이 좋은 아파트의 절반 이하가 되도록 법도 제정해 두었다. 그리고 독일 사람들은 추우면 춥게 살고 더우면 덥게 살고 컴컴하면 컴컴하게 산다. 한 여름에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도 냉방을 하는 데가 없어서 한국 사람들은 쪄 죽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에너지 자립 마을도 곳곳에 생겨나서 큰 발전소니 고압송전탑이니 하는 것들을 지을 필요성을 없애고 있다. 후쿠시마 이후에 당장 원자력 발전소 8기를 닫아서 전기가 부족하지 않았나 걱정들을 할텐데, 오히려 전기가 남아서 수출을 했고 원전 하나도 닫지 않았던 프랑스가 오히려 전기가 모자라 수입을 했다. 덴마크는 독일보다 먼저 이런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지난 35년 동안 에너지 사용이 전혀 늘지 않았다. 에너지 사용이 늘지 않아 원시사회로 돌아갔나 하면 그렇지 않다. 풍력기술 세계1, 에너지 효율기술 세계1, 태양광기술 세계 최고이고 일인당 소득이 2012년 현재 56,202 달러에 이른다. 그리고 앞으로는 에너지를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일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이들 나라를 앞질렀는데도 앞으로 계속 더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해산하기 며칠 전에 확정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27년까지 원전 22기를 비롯하여 총 85기의 발전소를 건설하여 1인당 전기 사용량이 미국을 앞지르도록 계획을 세워 두었다. 건설업계에는 큰 선물이나 나라에는 재앙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효율을 기술적으로 끌어 올리면 30%의 에너지는 충분히 줄일 수가 있고 또 20% 정도는 나라와 집안 살림을 잘하면 절약할 수가 있다. 즉 우리도 지금 절반의 에너지로도 충분히 지금과 같은 문명생활을 즐길 수가 있다. 한해 150조원을 에너지 수입에 쏟아 붓는 나라가 나아가야 힐 길이 어디에 있는지는 명확하다. 어깨에 힘주고 큰소리나 뻥뻥 치는 사람들이 나라를 그르치도록 두면 안 된다. 생명의 바람으로 세상을 살리고자 하는 여성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