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나눔/읽을거리

네가 정직하게 일했는가?(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네가 정직하게 일했는가

- 환경공학자가 바라본 4대강 사업-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강이란 구불구불 흐른다. 그런 과정에 여울과 웅덩이가 생겨나고 강바닥에는 돌, 자갈, 모래가 깔리고 수초가 자라는 데가 있으며 수변구역에는 식생들이 자란다. 이들이 다양한 생물들을 살리고 물을 깨끗하게 하며 수변구역은 물과 육지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된다. 육지에 사는 생물들이 물을 마시러 강에 내려오고 강에서 태어난 생명들은 이를 거쳐 육지로 올라가야 한다. 이것이 창조질서이다. 4대강 사업은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다 파내서 여울을 없애고, 수변에는 체육시설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며, 슈퍼제방을 쌓아 자동차 도로를 만들고 있다. 특히 낙동강은 강바닥을 6 미터 이상 파내고 줄줄이 둑을 쌓아 앞으로는 전기로 수문을 열지 않으면 물이 흐르지 않게 만든다. 지금은 안동에서 바다까지 건기에 약 20일이면 흘러가지만 사업이 끝나면 반년 이상이 걸리게 된다.

4대강 사업은 내세우고 있는 명분을 달성하기 어렵다. 물부족을 해결한다면서 낙동강에 지금보다 10배나 많은 물을 모아 두는데 막상 그 물을 쓸 계획은 없고 지리산과 영주에 댐을 만들어 부산과 대구에 물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낙동강은 하구둑을 쌓은 후에 오염도가 3~4배 늘었다. 낙동강 페놀사고 이후에 맑은 물 대책에 30조원 이상을 투자하여 강들은 많이 맑아졌으나 맑아진 호수는 하나도 없다. 고인물이 썩는다는 말 그대로 이다. 둑에 갇힌 물들은 낙동강 하구둑과 냄새나는 영산호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그리고 홍수를 막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강의 수위를 올리고 있어서 위험부담을 더 늘이고 있다. 낙동강의 경우, 열흘 쯤 전에 둑의 물을 미리 빼 놓아야만 홍수위를 낮출 수가 있는데 그렇게 예보할 수 있는 용한 예언가가 우리나라에 없다. 우리나라의 홍수피해는 산사태가 나든지 계곡이나 지천이 넘치든지 빗물이 배수가 안 되어서 난 것이 대부분이고 4대강의 본류가 넘친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 공사는 그 동안 홍수피해가 났던 지역에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지역에 공사를 하고 있다. 하천생태계를 복원한다는 말은 전혀 맞지 않은 말이다. 강바닥을 온통 파내서 수많은 생물들을 죽이는 마당에 강살리기란 말은 가당치 않다.

탈무드에 의하면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때에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은, 얼마나 열심히 섬겼고 무슨 업적을 이루었는지가 아니고 네가 정직하게 일했는가?” 라고 한다. 4대강 사업은 정직한 사업이 아니다.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하면 이런 사업을 할 때에는 사전환경성검토를 하게 되어 있고 국가재정법에 의하면 예비타당성조사를 하게 되어 있으며 그 밖에도 하천법, 문화재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에 여러 가지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이런 절차들을 거치지 않거나 우회하거나 날림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대인 역사가인 동시에 제사장이었던 요세푸스에 의하면, 아벨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난 것을 그대로 감사하며 바친데 반하여, 가인은 땅을 착취하여 바쳤기 때문에 기뻐 받으시지 않았다고 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부족하다 여기고 움켜 빼앗고 자기의 공을 내세우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다. 이 사업은 창조질서를 업신여기고 인간의 공을 자랑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인간은 절대로 창조질서를 어겨서 이길 수가 없다. 우리가 강을 제 모습대로 돌려주지 않으면 강이 스스로 제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파인 곳은 언젠가는 메워지고 막힌 곳은 언젠가는 터질 것이다. 그때는 큰 고통이 따를 것이다. 강은 이 땅에 사는 모든 인간과 생물들과 또 우리 후에 올 인간과 생물들을 위하여 하나님이 공짜로 골고루 내리신 은혜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인이 강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공평하게 관리해야하고 강을 의지하고 사는 생물들도 이 혜택을 누리도록 돌보아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인들의 마땅한 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