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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생각나눔

6. 모두가 행복한 밥상을 위하여


바이블25_먹을거리6
  
모두가 행복한 밥상을 위하여
 
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창조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구제역에 걸렸다거나 가까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 처분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구제역은 본래 수백 년 동안 소, 양, 돼지를 따라다닌 질병이었습니다. '대혼란'의 저자인 앤드류 니키포룩은 “병든 가축에게 따뜻한 죽과 부드러운 건초를 먹이고 쓰라린 상처를 핥지 않도록 돌보면 보름 안에 완치되는 병”이라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잘 쉬게 하면 낫던 병이란 이야기입니다. 
2010년 말 살 처분된 가축들은 무려 수백만 마리나 되었을 뿐 아니라 매년 반복되고 있고 또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병에 걸렸거나 가까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가축들이 살 처분되었습니다. 치사율도 낮고 사람에게 위해가 없음에도 죽인 까닭은 ‘상품성’이라지요.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데다, 일단 감염되면 상품성이 떨어지는데다 질병이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 다른 가축에게 옮기기 때문이랍니다. 결국 그들에게 구제역은 사람의 육식을 위해 태어난 이상 단순한 질병이 아닌 것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란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전적으로 집약화하고 이윤만을 좇는 현대 축산방식’과 그를 부추기는 ‘사람들의 고기에 대한 집착, 식탐’을 볼 수 있습니다. 공장과도 같은 농장에서 밀집 사육되는 가축은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서 살만 찌워 ‘고기’를 얻거나 밤낮없이 ‘알’만 생산하게 하니 면역력이 있을 리 없습니다. 또 가장 값싸게 생산하려하니 사육되는 가축의 삶은 비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생 답답하고 부적합한 환경 속에 감금되어 사육됩니다. 소는 풀 대신 동물성이 섞인 사료에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를 함께 먹으며 사육되고 있고, 돼지는 평생 햇빛 한 줌 보지 못한 채 사육되다 먹이가 되고, 암퇘지들은 옴짝달싹하지도 못한 채 누워 새끼들에게 젖만 먹입니다. 닭은 태어나자마자 부리가 잘리고 사육되는데, 암탉은 A4용지 한 장 크기도 안 되는 닭장에서 밤낮없이 알만 낳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들 가축들은 평소 엄청난 양의 항생제와 백신에 찌들어 살아갑니다. 거세, 어미와 새끼의 분리, 무리의 분리, 낙인, 수송, 그리고 도살 등 모든 과정에서 가축들에 대한 배려는 없습니다. 오직 고통만이 주어질 뿐입니다. 생명에 대한 폭력만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밥상을 차리면서 행사하는 폭력으로 인해 생명들이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명, 곧 피조물의 탄식의 자리(롬 8:22)에서 온 고기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생명의 밥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하셨던 ‘피째’ 먹히우는 먹을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창 9:4). 그런 고기를, 단지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다’고 자꾸 밥상에 올려 먹다가는 하나님이 지으신 동산, 이 땅에서 살 수 없게 되는 날이 곧 올 수 있습니다. 이미 그 징조들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심히 병들었고, 또 자연과 이웃이 굶주림 가운데 크게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주 예수시여,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 우리에게 기꺼이 먹히우는 동식물들까지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게 도우소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