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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생각나눔

생육하고 번성하지 못하게 하는 밥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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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위기_ 바이블25-5
 
 
생육하고 번성하지 못하게 하는 밥의 위기
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하나님께서 사람을 비롯한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후에 건넨 첫 말씀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2, 28)였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것은 생명을 향하신 하나님의 축복이자 동시에 명령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받은 복을 누리기는커녕 명령을 준행하는 것은 꿈조차 꾸기 힘들어졌습니다. 사람은 물론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밥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본래 하나님이 베푸신 밥은 땅(자연)에서 난 것들이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먹게 되는 엄마 젖부터 노년의 식사에 이르기까지, 늘 풍성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못합니다. 음식이 홍수처럼 넘쳐나지만 땅에서 난 진정한 먹을거리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때론 찾지도 않은 채 에덴동산에서 저질렀던 죄를 반복하곤 합니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것만을 고릅니다. 주신 그대로 자연에서 온 것이 아닌 한 번 이상 가공된 것을 골라, 밥상에 올리는 것이 더 익숙합니다.
가공식품은 식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화학약품이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간편한 것, 빠른 것, 맛있는 것, 부드러운 것, 달콤한 것, 오래 먹을 수 있는 것, 보기에 아름다운 것을 찾는 이들을 만족시키려 하다 보면 무려 500여 종에 달하는 방부제, 발색제, 인공색소, 인공조미료 등의 화학첨가물이 들어갑니다. 더구나 복합적으로 들어간 화학첨가물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 유해를 가하게 됩니다. 이들 물질들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반드시 물품 뒤에 표기토록 되어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그 위험성을 간과하기 일쑤입니다.
밥상에 올라오는 채소는 철없이 유통되다보니 햇빛과 땅의 기운을 듬뿍 받지 못하고 바람결도 느끼지 못한 채 키워진데다 농약과 화학비료 범벅입니다. 육류 역시 더 이상 자연 속에서 그들의 본연의 먹이를 먹고 자라난 고기가 아닙니다. 밀집된 축사, 계사에서 첨가물이 많이 든 사료를 먹고 자라 영양도 빈약하고 독성물질의 농도가 높은 육류들입니다. 사육시설에서 고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형의 저항호르몬이 가득합니다. 또 생선 역시 양식된 것들이어서 항생물질이나 항균제가 투여된 것이기 쉽고, 자연산일지라도 바다오염으로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의 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들입니다.
그런데다 대부분이 수입산입니다. 그것도 중국산. 배추, 파, 마늘의 경우 수입량의 거의 100%가, 고추, 양파, 당근 등은 95%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된다고 한다. 거기다 칠레에서 온 포도, 필리핀에서 온 바나나, 미국에서 들어온 밀에 쇠고기까지...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식품의 이동거리는 1인당 3228t.km나 됩니다. 그만큼 에너지소비도 커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많아져 기후붕괴로 인한 자연재앙을 초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구제역 또한 밥이 처한 위기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어느 해보다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던 지난 해가 가고 새 해가 떠올랐는데, 이 땅의 신음소리는 가실 줄을 모릅니다. 특히 지난 해 연말부터 시작된 구제역과 조류독감은 또 한 번의 죽음의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새 해에는 동물도 식물도 사람도 ‘생육하고 번성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