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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생각나눔

17. 올 한해, 모두를 위한 창조보전을

 

2015.04.21_바이블25(17)


올 한해, 모두를 위한 창조보전을


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던 2014년을 뒤로 하고, 2015년의 새 해가 시작된 지 벌써 넉달이 지납니다.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세월호 참사 그리고 방사능과 기후붕괴 등의 위협으로 인한 생명들의 신음소리가 여전한 채로 말입니다. 
우리가 그 소리를 외면한 채 풍요와 편리만을 위한 소비를 일삼고 있어서일까요? 에너지 소비량은 계속 늘어, 기후 붕괴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이 지난 15년 동안 세계 평균보다 3배나 되었고,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인데 2기나 되는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이 재차 시도되고 있습니다. 식량문제로 보면, 곡물자급률이 OECD국가 중 최하위이고 주식인 쌀마저 올해부터 쌀 관세화되었습니다. 우리 살림의 토대인 산과 강을 보면, 4대강 사업 등 수많은 개발로 산천이 온통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파헤쳐진 강과 산만큼 우리의 살림도 힘겨워졌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도전은 핵 문제, 특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와 그에서 나오는 핵폐기물 문제입니다. 원전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보여주었듯 사고가 날 경우 우리 생활과 생명에 직접적이고도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우리는 수명을 다한 원전이 전체 23기 중 2기(고리, 월성)나 되고, 원전 부품비리 사건 등으로 보듯 사고위험성이 높은 가운데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폐기물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습니다. 그런데도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재차 시도하고 신규원전 건설을 서두르고 있어 에너지위기에 아주 취약한 상황입니다. 이제라도 핵에너지 중심의 정책과 결별하고, 에너지절약과 효율향상, 햇빛 등 지속가능에너지 생산의 길을 활짝 열어야 할 것입니다.  
두번째 도전은, 우리 땅 곳곳이 골프장 건설은 물론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행해지는 각종 개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급속한 국토개발과 무분별한 이용으로 산림과 강, 습지 등 우수한 생태지역이 망가지고, 도로 철도 건설로 백두대간 등 주요 생태축이 훼손된만큼 국토복원이 시급한데, 4대강의 재자연화에 대한 목소리는 무엇보다 높습니다. 녹조라떼 현상과 물고기 떼죽음 그리고 작금의 큰빗이끼벌레 논란에 이르기까지 강의 수질과 수생태계가 밑바닥까지 내려갔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보 안전성 논란과 지천에서의 신종 홍수피해까지 총체적 부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의 길은 자연하천으로 되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 속히 4대강의 재자연화를 비롯한 훼손된 국토복원에 힘써야 하리라 봅니다.
세번째는, 식량자급률 문제입니다. 식량자급률은 곧 식량안보, 식량주권의 지표입니다. 사막에서 농사를 짓는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의 3% 정도의 농민이 국민식량의 95%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45.3%밖에 되지 않습니다. 식용과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로 보면 OECD국가 중 최하위로 23.6%입니다. 주식인 쌀 자급률은 86.1%인데, 그 재배면적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다 올해부터 쌀 수입이 관세화되었습니다. 국가 생존의 기초인 식량주권을 지키려면, 식량자급률을 법적으로 정하고, 일정한 기초농산물을 국가가 수매, 비축하여 곡물자급률 상승, 농산물 가격안정, 농업인 소득 안정을 시급히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국민기초식량보장을 위한 기본계획을 통해 식품안전관리제도를 확립, 안전한 농산물 및 식품의 생산 및 공급 기반도 보장할 일입니다. 
신음하면서 하나님의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 지구동산의 이같은 아픔에, 올 한 해 귀 기울임으로 그들과 함께 하며 모두의 생명살림의 터전을 지키고 돌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가 UN이 정한 '흙의 해'이자 '빛의 해'이니, 흙의 소중함을 깊이 생각하며 한 가지씩이라도 노후원전을 폐쇄하고 흙 살리고 물 살리는 일에 헌신해보면 좋겠습니다. 결코 흙과 물을 벗어나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 말입니다. 아울러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빛을 활용하여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효율적 전환을 통해 전기 소비를 줄이면서도 쾌적하면서도 안전한 삶을 누구나 살아갈 수 있길 기도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