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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생각나눔

14. 파괴된 자연이 가져다주는 황토먼지(黃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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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자연이 가져다주는 황토먼지(黃砂)

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어느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읊조리지만, 그래도 봄은 희망의 계절입니다. 새싹이 돋고 목련 꽃봉오리가 터지듯 자연의 봄은 항상 조용한 자태로 소리 없이 다가와서 우리 마음에 희망을 예고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꽃피는 봄날을 즐기려니 황사 바람이 불어와 외출을 꺼리게 합니다.

본래 우리나라에는 봄이면 서풍이 자주 불어왔습니다. 서풍은 우리말로 갈바람이라고 하는데, 접두어 '''작은'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풍은 옛날에는 큰 문젯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 쪽에서 불어오는 서풍은 우리에게 심각한 고민거리를 가져오는 바람이 되었습니다. 중국 북부의 황토지대인 고비사막, 타클라마칸 사막과 몽골의 사막지대에서 황토 먼지(黃砂)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누런 먼지 층으로 하늘 전체를 덮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 같은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지구 표면의 1/3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매년 전 세계적으로 서울시 면적의 100, 동북아시아에서는 서울시의 6배 면적이 사막화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몽골에서는 국토의 90.2%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을 포함한 황사발원지의 면적은 사막 48km2, 황토고원 30km2에 인근 모래땅까지 합하면 한반도 면적의 약 4배나 됩니다. 이들 지역에 바람이 거세지면 지표면 10cm까지의 흙이 하늘로 날려가 먼지 구름이 되는 것입니다. 이 먼지의 무게는 많게는 수백만 톤에 이릅니다. 이중 한반도에 쌓이는 먼지는 15톤짜리 덤프트럭 4~5천대 분량인 46~86천 톤에 달합니다.

문제는 이들 황토 먼지 가운데 상당수가 워낙 미세해 호흡기 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직접 폐 속까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먼지에는 중국의 산업화 현상으로 실리콘, 구리, , 카드뮴 등의 중금속과 발암물질, 그리고 황산염, 질산염 등 각종 유해 오염물질과 질병 원인균을 품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만 되면 대기 중 먼지오염도는 4배 이상 오르게 됩니다. 정상적인 사람도 호흡이 곤란해지고 목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천식 같은 호흡기질환 환자들은 위험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라도 이들 지역이 경작지 개간과 대규모 방목 등 개발사업에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관개와 나무 심는 일을 지원하여 사막화의 진전을 막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일은 비단 중국과 몽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기간에, 파괴된 자연이 날라다주는 황토 먼지가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의 소중함을 느끼게 합니다. 창밖의 누런 하늘은 우리의 생활양식이 삶을 풍요롭게 하지도 지속가능하게 하지도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낭비하고 있지 않은 지 주위를 둘러봅시다. 사용하지 않는 전등이나 가전제품을 켜놓은 것이 있다면 재빨리 끄고,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지, 아직 쓸 수 있는 것들이 쓰레기통에 그냥 버려져 있지는 않은지 살펴봅시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이 봄에 화사한 하늘과 산들을 계속 누릴 수 있는 좋은 실천일 것입니다. 혹 모래바람의 한 복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에서 삶을 살아내느라 고생하고 있을 그곳 주민들의 아픔과 눈물을 기억하면서, 한국교회가 함께 조성하고 있는 몽골 은총의 숲에 나무 한 그루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1만원에 1그루). 나무를 심으면 사막화 되는 면적을 줄 것이고, 그러면 황토먼지의 발생 양과 빈도도 줄 것입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이니 기후변화의 속도도 늦출 것입니다.

황사 바람이 한때 불어오더라도 봄은 봄입니다. 머지않아 인간 사회에도 기후변화와 사막화로 인한 고통과 염려도 끝나고 하나님의 위로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봄이 오게 되리라. 황사 바람 밀려오는 우울한 봄날에 우리가 희망을 느끼는 이유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