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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생각나눔

생명을 풍성케 할 물 사랑 실천

생명을 풍성케 할 물 사랑 실천
 

 

유미호 /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실장
 
우리는 하루 동안 사용하는 물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마시고, 씻고, 요리하고, 청소하면서 쓰는 물이 평균적으로 320ℓ나 된다고 합니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인데, 독일의 경우는 하루 120ℓ 정도밖에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절약정신이 몸에 밴 사람들이라지만 그 차이는 너무나 커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사용하고 있는 물의 25% 이상이 쓸데없이 버려지고 있다는 수자원공사의 지적이 상당히 일리 있어 보입니다.
 
물 오염과 낭비를 권하는 사회
사실 우리가 제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비하는 것까지 치면, 낭비하는 물의 양은 훨씬 더 커지게 됩니다. 유네스코 물∙환경교육기관이 발표한 ‘물 발자국’ 지수에 의하면, 오늘 내가 커피 한 잔(140ℓ)을 마시고, 티셔츠 한 장(2700ℓ)과 청바지 한 벌(1만2000ℓ)을 샀다면 1만4840ℓ의 물을 소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계산법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 한 명이 1년 동안 사용하는 물은 약 1200만ℓ나 됩니다. 국제규격 수영장의 절반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물입니다. 이같이 물을 사용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불편하였을지, 아니 신음하며 죽어갔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낭비가 일상화 되어서일까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것이 순간일 뿐입니다. 때로 그 일로 ‘아껴 쓰자’고 할라치면 유난스럽다며 ‘언제까지 그렇게 하는지 보자’는 핀잔 아닌 핀잔이 되돌아오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낭비를 권하는’ 곳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입니다.
금수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풍성한 물을 허락받아서 그랬다면, 오히려 받은 복을 귀하고 고맙게 여기며 누려야 했습니다. 물이 스스로 깨끗해지는 자정능력을 갖고 있어서였다면, 그 한계를 알아 그에 맞추어 사용해야 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버리는 의약품 등의 유해쓰레기와 음식쓰레기 등의 생활쓰레기, 그리고 생활하수, 산업폐수, 축산폐수, 심지어는 공기 중에 있던 오염물질까지 너무 많은 오염물질이 흘러들면 물도 생명이 아닌 파괴와 죽음을 줄 수 있다는 걸 외면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 이상으로 물을 낭비하거나 수돗물 값이 너무 싸더라도 한 번 쓴 물을 다시 한 번 허드렛물로 쓰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습니다. 더욱이 공기 중으로 간 물이 빗물 되어 다시 땅 속으로 스며드는 일이나 자연스럽게 흐르기 원하는 물의 길을 가로막아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생명의 물을 선물하게 하는 사회
‘주님은 생명을 주시고 또 그 생명을 더 풍성하게 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요10:10)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의 제자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필요를 넘어 다른 생명, 후손의 것까지 앞당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어떤 곳에서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서 홍수나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를 겪게 되고, 어떤 곳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심각한 물 오염으로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는 도둑이 도둑질 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 도둑질한 물을 제 주인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라도 물 사용량을 줄여야 할 것입니다. 그 출발은 화장실에 대소변 구분형 절수 부속을 설치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30%의 절수 효과). 오줌 한 번 누고 생수병 10여 개 정도의 물을, 그것이 정수된 물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변기를 새로 설치할 때는 물을 적게 사용하는 제품을 설치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이미 그 같은 방법으로 도시 전체에서 소비되는 양의 70%를 줄여 누구나 물을 아끼게 하는 착한 사회를 만든 사례도 있으니 말입니다.
 
물 사랑 실천, 받은 복을 누리는 기쁨
만약 그 같은 일들이 번거롭다면 우선적으로 물탱크 안에 벽돌이나 물병을 넣어볼 일입니다. 설거지 할 때 설거지통을 사용하고, 샤워 시간을 줄이거나 절수형 샤워헤드로 바꾸어도 좋겠지요(40% 절약). 양치질 컵을 사용하거나(사용하지 않을 때 30초에 6리터, 컵 사용 시 30초에 0.6리터로 70% 절수 효과), 빨래할 때 한 번에 모아서 세탁하고, 세탁하는 양에 따라 물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물 절약을 넘어 EM(Effective Micro-oganisms)이라 불리는 80여 가지의 미생물이 들어있는 제품으로 물을 정화할 뿐 아니라 악취제거, 식품의 산화방지, 음식쓰레기 발효 등에 이용해, 자연이 죽음(부패)이 아닌 생명(발효)의 길을 걷게 돕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밖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물을 간단히 절약할 수 있는 방법들은 아주 많습니다. 모두가 아는 상식이 된 지 오래이니, 남은 건 행하는 것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다만 기억해 둘 것은, 우리가 물을 아껴 쓰면 쓸수록 그 복은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당장 사용하는 물의 양이 적어지면 수도요금 부담이 줄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수자원 관리 비용이 줄어들어 수도요금 상승도 막을 수 있지요. 혹 그로 수돗물 관리에 더 투자하면 생수를 사서 마시기보다 모두가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루 수 시간을 걷고도 그 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도 받은바 은총을 누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낀 ‘생명의 물’을 직접 나누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모든 생명이 살아나게 할 거룩한 물
성서를 보면, 태초에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를 운행하고 계셨고(창 1:2), 또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강이 되어 흐르는 곳마다 모든 생명이 살아나게 했다(겔 47:9)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를 생각하면, 우리 교회 안에도 일정 공간을 마련하여 물의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당 한 켠에 연못을 조성하여 두거나, 교회 입구에서 예배당으로 진입하는 길에 자연스럽게 물 공간을 만들어 교우들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자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예배당에 들어서기 전, 자신의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갖게 될 지도 모릅니다. 아니 ‘내가 주는 물을 마시면 영원히 살리라’고 하신 주님이 주시는 물을 마신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돌볼 줄 아는 선한 청지기로 거듭나는 길로 나아가게 될 지도 모르지요.
물론 그런 공간이 없더라도, 물은 늘 우리 곁에 있는 우리의 일상이며 생활의 한 부분이니 고요한 가운데 묵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특별히 하루 동안 자신에게로 왔다가 다시 세상으로 흘러가는 물을 깊이 묵상할 수 있게 돕는다면, 일상에서 물에 대한 사랑의 씨앗을 뿌리게 될 것입니다. 그 씨앗을 싹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면 ... 우리가 먹고, 보고, 만지는 이 물이 하나님의 몸이요, 그리스도의 지체인 우리의 몸임을 깨달아 소중히 다루고 수원지를 살리는 일에 힘쓴다면,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맑고 푸른 물이 풍성히 허락될 것입니다. <140603작성_ 새가정 7월호 기고 _ 일상의 ‘거룩한 근심’ 원고, 세 번째 원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