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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생각나눔

종자를 잃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습니다

 

 

종자를 잃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습니다

유미호 /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연구실장

 

우리가 어찌 우리의 토지와 함께 주의 목전에 죽으리이까 우리 몸과 우리 토지를 먹을 것을 주고 사소서 우리가 토지와 함께 바로의 종이 되리니 우리에게 종자를 주시면 우리가 살고 죽지 아니하며 토지도 황폐하게 되지 아니하리이다창세기 47:19

농부는 굶어 죽을지언정 씨앗은 먹지 않고 베갯잇에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곡식이나 채소 따위의 씨앗은 수분, 온도, 산소의 조건이 적당해지면 새싹이 나고 자라서 수많은 씨앗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오랜 세월을 거친 씨앗들은 자라나면서 다양해질 뿐 아니라 건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사를 지어온 우리 조상들은 여러 씨앗을 물려주어왔습니다. 콩은 자그마치 4천여 가지가 넘었고, 벼는 2천여 가지나 되었습니다. 농부들은 씨앗을 심고 키워서 먹기만 한 게 아니라 심은 것 이상 불려서 물려주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종자를 전하는 일이 농부가 아닌 종자은행이나 종묘회사의 몫이 되었습니다. 씨앗은 다양성을 잃게 되었고 어떤 종은 사라질 위험에까지 놓이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감자를 우수 품종 하나만 심었다가 역병(감자마름병)으로 인해 수확이 안 되어 수백만 명이 죽은사건과 안데스 산맥 고산족이 힘들어도 지금껏 28가지의 감자를 심어먹고 있는것은 깊이 생각해볼 일입니다.

안타까운 건 요즘 농사가 단작에 쏠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산량을 늘린다는 이유에서인데, 그로 사람은 배부르게 먹게 되었지만 씨앗은 다양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유전자조작 특허로 수천 년 이어져온 농부들의 씨앗 재사용을 막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국적 종자회사들이 GMO종자를 개발하여 상품화하면서 벌이고 있는 일입니다. 그 종자는 제초제와 종자가 패키지 형태로 판매되는 제초제 저항성 종자병해충 저항성 종자로 이야기되는데, 주로 이야기되는 목적은 식량 공급의 안정성식품의 안정성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살피면 다국적 종자회사가 최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정 기업의 종자 판매 독점, GMO종자의 과도한 특허권 행사, 정경유착을 통한 특정작물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만 봐도 그렇습니다.

GMO종자가 세계 식량난의 해결은커녕 식량공급의 불안정성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GMO종자회사가 옥수수와 콩을 사료용으로 대량 생산한 것은 축산의 지방산 불균형은 물론 항생제의 다량 사용을 낳았고, 이는 또 인류의 비만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식품 안정성의 경우 평생 먹는 식량을 겨우 90일 간의 검사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 옥수수와 콩 사료로 하는 축산이 인류의 비만 촉진과 축산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GMO종자로 짓는 농사는 토양을 파괴하고 작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쳐 환경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 또한 미 농무성에서 32년 동안 근무한 과학자의 양심고백으로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GM작물이 재배되는 면적은 상업화된 이후로 100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재배면적이 전체 경작 면적의 50%나 되는데, 전체 재배면적 대비 콩은 82%, 옥수수는 30%, 목화는 68%, 카놀라는 25%나 됩니다. 주요생산국인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로 가면 그 수치가 훨씬 높아집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아직 식용으로 GM작물이 재배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지난 해 농업진흥청이 GM작물개발사업단을 만들어 GM벼에 대한 안전성 심사를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이미 시험재배가 이루어진 바 있고, ‘산업용 벼라고는 하지만 심사가 마무리되어 재배가 시작되면 토종 벼들이 오염될 것이고 식품의 안전도 크게 위협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는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GM작물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 옥수수의 80%, 92%GMO로 전 세계 1위의 식용GMO 수입국입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 땅에서 토종씨앗 운동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토종씨앗 운동은 오랜 동안 이어져온 씨앗이 이후로도 계속 우리 땅에서 흙을 만나게 하여 생명의 뿌리를 내리게 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곡식과 채소가 생육하고 번성하도록 돕는 일이기도 합니다.

봄을 맞아 씨앗이 흙을 만나 새싹이 되고 열매가 되어 미래를 활짝 열어가게 해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