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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생각나눔

13. 다시 ‘쓰레기제로’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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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레기제로’를 생각합니다

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지구에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은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 식물은 낙엽, 가지 등을, 동물은 배설물과 시체 등을 내놓는데, 이는 썩어서 척박한 토양을 기름지게 합니다. 그들 생명들은 우리에게 유용한 자원을 주면서 자연의 순환 가운데서 수많은 생명을 유지시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필요 이상의 자원을 갈취함으로 생태계를 파괴했을 뿐 아니라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여 자정능력을 상실케 해왔습니다.

배출하고 있는 쓰레기를 보면, 하루동안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양이 음식물쓰레기(음식물,채소류+남은물류량) 13,209(/)를 빼고 35,781(/)로 주로 재활용품의 형태나 종량제봉투 폐기물, 음식물류 폐기물로 배출됩니다. 재활용품 형태로 배출되지 않은 것은 다 소각되거나 매립됩니다.

그런데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생활쓰레기를 보면 재활용 가능한 것들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울시 발표에 의하면, 시내 편의점, 패스트푸드 7400개소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중 약 90%가 병, 비닐, 용기류 등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입니다. 그런 점에서 '2017 생활쓰레기 직매립 제로'라는 서울시의 도전은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종량제봉투에 섞여 버려지는 일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발생량으로 보면, 서울시는 하루 3184톤의 생활쓰레기가 나옵니다. 이 가운데 약 2400톤은 서울에 있는 4(강남, 노원, 마포, 양천)의 자원회수시설에서 처리되고, 나머지 약 710톤은 곧 직매립 기한이 종료되는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됩니다. 수도권 매립지는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이라고는 하나, 매일 서울, 경기, 인천의 폐기물을 14천여 톤씩 매립하다보니 지자체간 갈등이 계속돼 왔습니다. 쓰레기를 만드는 지역(사람)과 쓰레기로 인해 피해를 입는 지역(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봐도, 서울시의 하루 발생하는 양은 3,301(1인당 320g)인데, 시내(5)에서는 1,360톤만 처리될 뿐 나머지는 경기도에 있는 민간처리시설(30개소)로 분산, 위탁 처리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설주변 주민의 고통이나 음식물폐수와 같은 환경부하가 큽니다.

그러고 보면 생활쓰레기는 그 자체를 줄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발생시킨 후 자원화 하는 것, 즉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 그냥 버려지지 않게 하기 전에, 발생량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쓰레기제로(Zero Waste)'입니다. 영어 단어 waste'쓰레기'라는 뜻과 '낭비'라는 뜻을 다 가지고 있듯이 Zero Waste'낭비를 없앤다'는 의미도 갖습니다. 그러니 가능한 대로 쓰레기 배출을 줄인 후 배출된 것을 최대한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이 바른 방향일 것입니다. 불필요한 소비와 낭비를 줄여 쓰레기를 최소화하면 매립장과 소각장으로 가는 것 역시 거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고(Refuse), 필요하며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줄이며(Reduce), 소비하면서 거절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것은 재사용하고(Reuse),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한 뒤(Recycle), 그 나머지는 썩히는(퇴비화, Rot) 5R실천으로 "쓰레기제로"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하니, 지레 겁먹고 '제로는 불가능해' 할 것도 아닙니다. 마을 단위나 나라 단위로도 이미 그러한 선언과 실천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할 것입니다.

다만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개인의 성찰과 간소한 생활에만 국한되어서는 안될 것이란 생각입니다.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의 영역에서 쓰레기제로를 향한 공동의 노력을 해나간다면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열쇠가 주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사순절 순례 길을 걷고 있는 우리 모두가 십자가 위에서 매달려 쓰레기더미에 뒤덮힌 지구동산을 바라보시며 눈물 흘리고 계시는 주님을 생각해, 생활을 간소화함으로 '쓰레기제로 집', '쓰레기제로 사무실', '쓰레기제로 교회', '쓰레기 제로 사회'에 도전해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