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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

‘녹색교회’를 향한 ‘절전은 곧 발전’의 길

 

‘녹색교회’를 향한 ‘절전은 곧 발전’의 길
 

 

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최근 정부는 2029년까지의 전력수급 대책을 세우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시동을 걸었다. 전력수급 계획은 국가에너지정책인 에너지기본계획의 핵심으로 정확한 전력수요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발전설비를 구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정부가 그간 수요예측에 실패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수요예측과 발전설비를 늘려야 한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의 1인당 전력사용량이나 온실가스 감축 등을 고려하면 정확한 수요 전망 속에서 설비 증설이 아니라 수요관리를 통해 동·하계 전력수요를 조절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그간 원자력발전소 등이 계속 증설되어 현재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앞으로도 몇 기 더 추가될 터이니 말이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수명을 무리하게 연장했던 점을 생각하면, 그 가운데서도 수명이 끝난 원전(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안전한 폐쇄는 우선적으로 고려됨이 마땅하다.
 
사실 지금 우리가 크게 염려할 것은, 전력부족이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욕심이 낳은 지구의 미래다. 19세기 중반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10년 가운데 9년이 2000년 이후에 몰려 있을 만큼 유례없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기후 재난의 빈도 또한 잦아지고 있다. 그로 인해 수천의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난민이 되었다. 이번 세기 안에 지구 온도가 평균 1~5℃ 올라가면(우리나라는 3~5.9℃), 향후 50년 안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구가 밀집된 지역들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미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뉴질랜드로 제한적이나마 이주하고 있다.
 
물론 아직 13억 명이나 되는 이들이 최소한의 전기조차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해가 지고 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등유램프를 쓰다가 화재나 호흡기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한 해에 150만 명이나 된다. 그 가운데 65%는 아이들이다.
 
그렇다고 그 필요를 원전으로 채우려 해서는 안 된다. 원전은 더 이상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이 될 수도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되어 초고압 송전탑을 거쳐 전해져오는 전기도 마찬가지이다.
 
길은 ‘에너지 절약 - 효율 향상 -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이어지는 ‘에너지전환’에 있다. 수년 전부터 이 길을 걷는 녹색 교회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의 온도와 빛을 느끼는 ‘핵 없는 교회’를 향한 선언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교회 건물에너지의 감축에 힘쓰고 있다. 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교회 전기 사용량 10% 줄이기’ 시범사업에 참여했는데, 10~30%의 감축성과를 낸 곳이 여럿 있다.
 
또 지난해부터는 건물에너지만이 아니라 교인들의 가정과 직장에서의 에너지까지 절약하여 그 양을 종합함으로 ‘교회절전소’를 세우는 교회도 있다. ‘절전소’란 ‘절전’과 ‘발전소’를 합한 신조어로, 내가 1kWh를 안 쓰면 누군가 대신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해낸 것과 같다는 뜻이다(1kW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약 3kW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1kW를 절약하면 자연스럽게 3kW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절약은 기존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은 절약 분을 통해 다른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생산 방법보다도 효율적인데, 특히 ‘절전소’는 절약의 실천을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교회공동체와 마을로까지 즐거이 확산할 수 있게 한다. 지난해 ‘구로동교회 절전소’가 좋은 예인데, 올해는 ‘수원성교회 절전소’ 등이 착실히 세워져가고 있다.
 
이들 교회들이 실천에 앞서 행했던 것은 교육이다. 교육은 풍요와 편리만을 좇아온 에너지에 대한 자신의 탐욕을 성찰하고, 또 에너지진단을 거쳐 절감 목표 세워 꾸준히 실천하도록 돕는다.
주요 실천사항은 네 가지(‘전’해요 지구사랑, ‘기’억해요 실내적정온도, ‘절’제해요 조명, ‘약’속해요 대기전력 차단)로 설명되는데, 첫째는 사무공간은 물론 예배와 교육공간의 실내적정온도(26~28도) 유지다. 실내온도 1도를 낮추면 전력소모가 7% 늘어난다는 사실과, 전국에 있는 에어컨의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84만kW의 전력이 절약돼 원전 1기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냉방시간 조절과 함께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둘째는, 조명에너지 절약이다. 일정 조도 이상이면 불을 켜지 않거나 구석진 자리에 있는 전구를 아예 빼고 지낸다. 십자가 조명을 네온이 아닌 LED로 바꿀 뿐 아니라 예배실의 조명도 점차적으로 LED로 교체해가고 있다.
셋째는, 대기전력 차단이다. 전국적으로 플러그를 뽑지 않아 대기 전력으로 낭비되는 전기량이 약 10%인데 이것만으로도 원전 1기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 멀티탭을 설치하여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필요시마다 스위치를 끄고 켠다. 또 냉온수기와 십자가조명에 타이머를 설치하여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전기가 없도록 한다. 이 같은 실천을 하며 잊지 않는 것은 지난해 대비 절약량을 월별로 당회 혹은 단위별 책임자가 모이는 자리와 교회 주보를 통해 전교인과 공유하여 실천을 지속해낸다는 것이다.
 
한편 이로 아낀 전기요금은 모아서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이나 자체예산(혹은 출자)으로 햇빛발전소를 설치한 곳도 있는데, 지평교회와 청파교회는 교회 건물 옥상에 설치하여 생산된 전기를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지역 내 에너지소외계층(우리나라의 에너지빈곤가구 150만)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은광교회는 진단 후 효율개선을 단계적으로 해가고 있는데, 창호는 이중창으로, 천정은 낮게, 벽체는 단열을 보강하고 자연채광을 충분히 할 있게 하면 냉난방에너지와 조명에너지를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은 에너지가 사용되는 물, 종이, 일회용품, 음식물, 운송수단 등 모든 영역에 있어 녹색생활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또 교회들로 하여금 창조보전에 힘쓰는 녹색교회로 서게 하는 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햇빛발전, 태양열 온수와 난방, 지열 및 바이오디젤 이용, 자연을 이용한 환기 및 채광, LED 조명 교체, 친환경십자가로의 전환, 바이오 소변기 등 친환경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꿈을 꾸며, 빗물 활용, 텃밭이나 녹색쉼터와 같은 녹지 공간 마련, 가까운 먹을거리로 남김없이 먹는 공동식사(생명밥상), 초록가게 운영, 자연학교 및 녹색교회학교 운영, 마을 내 환경봉사 등으로 창조의 때를 기억해 실현해간다. 그로써 그동안 ‘에너지 탐욕’에 눈멀어 생명을 고통스럽게 해온 자신의 삶을 회개하고, 필요만큼 전기를 사용하고,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게’ 있기를 즐거워하고, ‘낮의 해’와 ‘밤의 달과 별’과 친하게 지내며 창조에 순응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연습을 한다.
 
지금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다. 욕심을 내지 않는 이상 이 땅 지구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이 입고 먹고 살아가기에 충분하다고. 우리 모두가 그를 온전히 믿고 살아감으로 신음하는 피조물 앞에 당당히 서는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게 되길 기도한다.
<끝>